삶의 위로

[ 괜찮아 ] 한강 괜찮아

온전한나 2024. 10. 2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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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가 있었다.

처음 엄마가 되고 아이 둘을 키울 때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흐르던 때가 있었다.

6개월 된 둘째를 겨우 재워두고, 집안일을 급히 해치운뒤, 첫째를 목욕시키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싸이렌 소리가 들렸다.

"앙~"

둘째는 울음소리가 어찌나 큰지, 정말 한번 울음이 터지면 사이렌이 울리는 것처럼 소리가 컸다.

"으앙~" 하고 싸이렌이 울리는 순간,

나는 머리가 쭈뼛서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3살 된 첫째를 욕실에 두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는 둘째를 그냥 둘 수도 없었다.

재빨리 첫째를 욕실에서 꺼내 감기 걸리지않게 수건을 둘러주고, 둘째에게로 달려가 달랜다.

시간은 또 훌쩍 지나버린다...

온종일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책읽어주고, 빨래며, 이유식이며, 집안 청소며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고.

내 손에 핸드 크림 한번 바를 정신조차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돌보면서 순간순간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지만

육아의 순간중. 일부는.. 나에게 너무 힘들고 또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나를 힘들게했던것중에 하나는..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나? 하는 불안감도 하나의 요인이었다.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내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게 맞는지, 사랑을 듬뿍 주고 있는지,

그리고, 육아서적들에서 말하는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잘 키워가고 있는지.

나는 좋은 엄마가 맞는지 늘 자신에게 물었던것 같다.

그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 불안감이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되어야 한다는 생각.

잘 키워야 하고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 늘 그런 생각들이 마음을 짓눌렀다.

그러다 어느날 아이들과 함께 갔던 공원에서,  공원 벤치였던 것 같다.

거기에 쓰여있는 문구를 보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 너는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것이다. "

이 짧은 문구가 나에게 너무나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이제까지 불안하고 힘들었던 나에게.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나를 토닥여주는것 같았다.

그래...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자체로 노력하는 자체로 충분한 거야.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나를 위로했던 그 말.......

최근 한강 작가의 수상소식과 함께 다시 주목받는 시 한강의 괜찮아..

이 시를 보니...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를 위한 위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어떤 순간에 놓여있든. 지금 힘이 든다면.. 이렇게 얘기해 보기 바란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나도. 나에게 다시금 이야기해야겠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거야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문학동네 2004 여름/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명언들https://www.youtube.com/watch?v=klL_Ats43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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